여야 원내지도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 상임위원장 배분, 본회의 일정 협의 등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김병기 민주당·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6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오찬 회동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도 배석했다.
그러나 한 시간이 넘는 회동에도 여야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유 수석부대표는 오찬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의회 내 견제와 균형을 위해서 법사위원장, 예결위원장을 양보해야 한다"며 "이 부분이 받아 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본회의 개최에 협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고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입법 독재가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법사위원장을 양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2004년 17대 국회부터 협치 정신에 따라 제1당은 국회의장, 제2당은 법사위원장을 맡는 관행이 형성됐는데 민주당이 이를 깨뜨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앞서 법사위원장직을 준다면 외교통일위원장, 국방위원장, 정보위원장직을 민주당에 넘길 수 있다는 승부수도 띄웠다. 반면 민주당은 1기 지도부 때 합의한 상임위원장 임기가 아직 1년 남아 있는 만큼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을 양보할 수 없다는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합의 없이 의견을 관철할 태세다. 하루빨리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을 선출해 추경을 조속히 처리하고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27일과 30일 본회의 개최를 요청했다. 문 수석부대표는 "본회의를 어떻게든 합의해서 개최하려고 국민의힘과 다섯 번이나 만났지만 진전이 없었다"며 "6월 임시국회 내에 추경을 처리하려면 27일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차기 법제사법위원장에 4선 이춘석 의원을, 예결위원장에 3선 한병도 의원을 내정했다. 문화체육관광위원장에는 3선의 김교흥 의원을 임명했다.
문 수석부대표는 김 후보자 인선과 관련해서도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오는 30일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총리 인준을 위한 본회의를 열어달라고 요청드렸다"며 "의장께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송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들에게 공지를 보내 "민주당이 27일 협의 없이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를 강행할 수 있다"며 "27일 오전부터 전일 국회 경내에서 대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우 의장은 민주당의 요청에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민주당은 전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김병기(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양당 오찬 회동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