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연확대보다 수익성 확보 총력
'엑시노스' TSMC 파운드리 검토
7·14나노 수율 향상 작업 박차

삼성 평택캠퍼스 조감도. <삼성전자 제공>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이 만년 적자에 시달리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전략에 대대적인 메스를 댄다.

파운드리 세계 1위 TSMC와의 미세공정 경쟁 대신 '강한 2등' 전략으로 전환해 수율 등 기본부터 다잡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2030년 비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1보 후퇴, 2보 전진' 전략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는 당분간 '도전자'의 자세로 외연 확대보다 수익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 '로직다이(베이스다이)'에 이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2500'도 내부가 아닌 TSMC 파운드리를 활용해 제작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엑시노스 2500은 삼성전자가 내년 1월 출시 예정인 '갤럭시S25'에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한 AP다. 하지만 엑시노스 2500은 수율 부족 문제로 갤럭시S25 탑재가 불발됐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엑시노스 2500을 갤럭시S25에 탑재하지 못한 원인을 시스템LSI(설계)가 아닌 파운드리 수율에서 찾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부 기술이 1등이 아니면 부족함을 인정하고, 외부 회사와 협력해 1등 제품을 만들어 내겠다는 게 전영현 삼성 부회장의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 반도체는 가장 잘하는 메모리 영역에서 근원적 경쟁력을 회복해 실적 개선을 당기겠다는 의지다. 삼성전자가 최근 파운드리 시설투자를 줄이고 대신 HBM 등 메모리 연구·개발(R&D) 투자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3분기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설계)를 포함한 비메모리 부문 적자는 1조원 중·후반대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삼성은 4나노 이하 파운드리 미세공정에 대한 신규 설비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대신 7나노와 14나노 등에서 수율을 끌어올리는 작업에 공을 들일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가 62.3%, 삼성은 11.5%다. 삼성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3년 전까지 15%를 넘나들었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는 오히려 커졌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는 "TSMC와 나노 경쟁을 하기 보다는 '강한 2등' 전략을 구사해 수익성을 끌어 올리려는 움직임은 바람직 하고, 고객 디자인 서비스 강화도 주문했다"며 "미국 정부가 TSMC의 파운드리 독점을 원하지 않는 상황인 만큼, 삼성에게는 분명 기회가 있다"고 밝혔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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